[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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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 10명이 10일 오후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은행창구에서 최근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달러모으기 운동' 동참을 호소하며 달러를 내놓고 외화종합통장을 개설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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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0일 오후 3시 50분]
"100달러는 여동생에게서 10만원 주고 샀고..."
한나라당 의원들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 개최
10일 오후 2시 10분경,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1층 신한은행 출장소.
막 점심시간이 끝난 터라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던 객장에 갑자기 금배지를 단 10여 명의 무리가 몰려들었다.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을 필두로 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좌진을 대동한 채 나타난 것. 여기에 10여 명의 취재진까지 몰리면서 객장 안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가장 앞에 섰던 김영선 위원장의 손에는 100달러짜리 지폐 1장, 10달러짜리 지폐 3장, 1달러짜리 지폐 7장, 그리고 한 움큼의 동전이 들려 있었다. 김 의원은 한 창구 앞으로 다가가서 가지고 온 달러를 내밀었고, 뒤이어 그의 손에는 '137달러'가 찍힌 외화통장이 돌아왔다.
환율 파동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달러 모으기 운동'을 제안한 바 있는 김 위원장이 솔선수범 차원에서 이날 외화통장을 개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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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모으기 운동'을 제안했던 정무위 김영선 위원장이 통장을 보여주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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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위원장은 "오늘 정무위원회 국회의원들이 관광하고 남은 돈이나 대외거래를 하고 남은 돈을 모아왔다"며 "여러분도 집에 보관하고 있거나 장롱 속에 있는 달러를 통장으로 옮기면 나중에 그대로 찾아가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목돈을 가진 기업들도 가지고 있는 달러를 은행에 예치하면 단기적으로나마 환율 위기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말 장롱에 있는 달러를 가지고 나온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영선 위원장은 "100달러는 10만원을 주고 여동생에게서 산 것이고, 37달러는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이고, 동전은 어머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뒤를 이어 한나라당 간사인 박종희 의원도 "동네 사람들 달러는 다 가지고 왔다"며 500달러를 예금하고, 통장을 개설했다. 박 의원은 "장롱 속 코 묻은 달러를 꺼냈으니, 기업들도 사내 유치금을 내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은근히 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 밖에 고승덕 의원이 220달러, 이성헌 의원이 200달러, 박상돈 의원이 170달러, 권택기 의원이 110달러, 김용태 의원이 110달러, 이진복 의원이 100달러, 조문환 의원이 30달러, 현경병 의원이 20달러를 각각 예금했다.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던 한 의원이 "모두 해야 하냐?"고 한 마디 던지자, 김영선 위원장은 "모두 해야 한다. 정무위원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못박기도 했다.
민주당 "한나라 '달러 모으기'는 '강만수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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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내 은행창구에서 한 직원이 최근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달러모으기 운동'을 제안하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지고 온 달러를 세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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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는 반쪽에 그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달러 모으기 운동'에 반발, 이날 퍼포먼스에 전원 불참했다. 특히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날 오전 국감을 마치고 증권선물거래소로 떠나자,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달러 모으기 운동'은 강만수 구하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경제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의해 초래된 것인 만큼 정부의 대응이 매우 중요했지만 정부는 고환율성장주의 정책에 매몰돼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며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기 전에 위기를 초래한 '강만수 경제팀'의 교체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강만수 장관과 경제팀의 전면 개편은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지만 대통령이 바꿀 생각이 없고 당사자들도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집 때문에 시장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도대체 금고와 장롱에 달러를 보관하고 있는 국민이 몇 %나 되는지 묻고 싶다"며 "한나라당은 이번 위기의 원인이 시장의 신뢰문제임을 인정하고 경제팀 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을 대통령과 정부에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위기가 온 원인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불신의 원인인 강만수 경제팀 교체를 통한 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사장단 "정부 정책 신뢰 잃어"... 한나라당 "누군가 불신 조장"
한편, 김영선 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소속 정무위원들은 이날 낮 12시경 증권선물거래소를 돌아본 뒤, 최근 증권시장 동향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특히 이들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10여명의 증권사 사장단으로부터 증권업계의 건의 사항 등을 청취했는데, 사장단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위기 대처 미흡으로 인한 신뢰 상실을 지적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하고 있지만, 정부가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지금보다 조금 더 빨리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수 사장은 또 "(정책 입안자들이) 시장에 대한 멘트를 할 때 네거티브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금융정책을 하는 분들은 시장 돌아가는 것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깊이 있는 정보로 대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지금은 심리전"이라며 "정부에서 멘트가 나오면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 좀 해보고 움직이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정부 정책이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흑자 도산이 생길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증권사 사장단의 볼멘소리가 이어지자, 권택기 의원은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정부와 시장이 같이 움직이는 게 필요한데, 누군가 서로 불신의 관계를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시장과 정부 정책이 조화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대치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 일반 소비자들의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택기 의원은 이어 "내년부터 정부의 입법안을 통해서 금융선진화 프로그램이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이런 상태에서 금융지주회사, 금산 분리 완화 등의 조치를 쉽게 해 줄 수 있겠느냐"며 "그런 점에서 시장에 계시는 분들이 여론을 만들어 주시고, 앞장서 달라"고 압박했다.
[1신 : 10일 오전 11시 43분]
김영선 정무위원장, 이번엔 외화통장 개설 시범
정무위 국감 도중 예정, 야당 '반발' 전원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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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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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모으기 운동'을 제안했던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냉소적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정무위원장인 김 의원이 국정감사 도중에 의원들을 이끌고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다시 한번 비난 여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 등의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에 반발, 전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정무위 소속 의원 명의로 '달러 모으기 반대 성명서'를 발표 할 예정이다.
여당 "달러 예금 선보이자"
야당 "턱도 없다"
당초 국회 정무위원들은 이날 오전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를 끝낸 뒤, 점심시간을 이용해 증권거래소를 방문, 환율 폭등과 관련한 대책 등을 보고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달러 모으기 운동'을 제안했던 김영선 정무위원장이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를 제안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국회 정무위원들은 이날 증권거래소 관계자들과 도시락 오찬을 함께 한 뒤, 오후 2시 10분경 증권거래소 1층에 있는 신한은행 출장소에서 외화통장을 개설하는 시범을 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래 한나라당에서 제의하기를 오전에만 국감을 하고 오후에는 증권거래소를 둘러본 뒤, 시간이 남으면 소비자원에도 가보자고 해서 오케이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퍼포먼스로 달러를 예금하는 것을 선보이자'고 해서, '턱도 없다'고 거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이어 "자기들은 지금 위기가 아니라고 해놓고 예전에 금 모으기를 했던 것처럼 달러를 모으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위기를 부추기는 일"이라며 "그렇다면 아예 IMF와 같은 위기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 중에 달러를 집에 두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누가 달러가 있겠냐"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위기를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에 전원 불참하는 대신,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달러 모으기 운동'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외화통장 개설' 퍼포먼스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 의원 측은 특히 이 날 퍼포먼스를 위해 의원 1인당 질의 시간을 7분으로 단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 측은 "국정감사를 위해 몇 달씩 준비해서 겨우 15분 질의하는데, 국정감사 질의 시간까지 희생하면서 그런 이벤트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더군다나 (잘못된 정책으로) 서민들을 고생시켜놓고 정치 이벤트를 위해 국정감사를 희생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영선 "캠페인 통해 4.4억 달러 모을 수 있다"
한편, 김영선 의원은 7일에 이어 9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을 완화하고 시장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적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앞으로의 상황을 대비해 지속적·안정적으로 외환을 조달하는 게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캠페인이 은행 유동성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는 이미 최악의 상황이 닥친 이후 국민들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개한 운동이지만 지금은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올해 8월까지 해외 여행객수는 887만명이며, 이들이 귀국할 때 각자 50달러 정도를 갖고 온다고 가정하면 캠페인을 통해 모을 수 있는 외화는 약 4.4억 달러로 추산된다"며 "10년 전 금 모으기 운동 당시 수집된 금을 팔아 번 외화는 약 2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캠페인 기간 금리와 환율 우대 ▲외화 현금 취급 수수료 감면 등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정부에도 세제 지원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연합뉴스>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달러 사재기를 안 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금고와 장롱에 있는 달러를 내놓는 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국민적 애국심을 발휘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은행에 달러 예금을 많이 해 은행의 달러 보유고가 올라가면 대외 신용도도 올라갈 것"이라며 "예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한 것이 IMF 체제 극복의 심리적인 원동력이 됐었다"고 설명했다.
누리꾼들 "달러는 고사하고 100원도 아깝다"
한나라당이 사실상 당 차원에서 '달러 모으기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야당은 물론 누리꾼들은 정부·여당의 무능을 드러내는 행태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중인 찬반 여론 조사는 10일 오전 10시 현재 참가자의 98.6%(4529명)가 반대하고 있으며 찬성 여론은 1.4%(66)에 불과했다. '달러 모으기 운동'에 대한 반대 댓글도 수백건 쏟아졌다.
"웃기는 소리 하네. 절대 줄 수 없지. 솔직히 말하면 무역일을 하는 사람이라 항상 달러는 있지만 나라가 어렵다고 상위 1%만을 위하는 이 나라 정치 돌아가는 꼴을 보고도 달러, 금을 내놓아? 차라리 이민을 가겠수다(미이라2)."
"상위 1%에게만 받아도 전 국민에게 받는 것보다 나을 듯…. 윗분들부터 내놓으시지요. 국민들이 내놓은 거 다시 사지 말고(홍당무)…."
"니들끼리 알아서 해라. 서민은 달러는 고사하고 100원도 아깝다(불꽃놀이)."
야당도 한나라당의 '달러 모으기' 발상에 대해 "상황을 오도할 수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환율정책 실패 등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오히려 '애국심'에 호소하며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국정의 무한책임을 져야할 여당이 위기수습 방책을 내놓고도 못 버틸 경우 국민이 극복을 해줬던 것이 대한민국의 역사"라며 "정부·여당은 국민의 달러를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시장의 신뢰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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