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검역위반 내역 ‘영업비밀’ 이유 공개 거부…국내선 위반 적발땐 농가 주소까지 공개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수입금지 물질인 등뼈를 포함시켜 수출한 업체가 ‘타이슨 프레시 미트(Tyson Fresh Meats)’ 사라고 공개했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변질 등의 사유로 불합격되더라도 미국의 어느 업체가, 어떤 작업장에서 생산한 물량인지에 대해 ‘미국 업체의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우리 검역당국과 대조적이다.
우리 검역당국은 그러나 국내 축산농가가 항생물질 잔류 허용기준치를 위반하면 해당 농가의 주소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을 책임진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미국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하면서 국민 건강과 알 권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고,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16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검역에 불합격한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15만3790㎏에 달했다. 24개 작업장이 94건을 위반해 작업장별 평균 위반건수는 약 4건에 달했다.
◇미국의 영업비밀 보호가 우선=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해 11월 검역당국에 미국산 쇠고기 작업장별 검역위반 세부내역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역당국은 “해당 작업장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수출작업장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따라 민변은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역당국은 공개를 거부한 채 항소한 상태다.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 외국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주겠다는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작업장들의 위반 실태가 공개되면 미국 업체들이 한국의 수입위생조건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될 것인데도 우리 검역당국은 되레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슬그머니 정보공개 지침 개정=강 의원이 확인한 결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행정소송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정보공개운영지침을 개정해 동축산물 수출입 합격 및 불합격 실적(회사명, 품목, 수량 및 수입일 등)을 경영·영업상 비밀보호란 이유로 비공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검역당국이 국내 도축과정에서 잔류물질 위반이 적발될 경우 적발일자, 농가주소, 도축장명까지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강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 수출작업장의 검역위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중잣대이자 미국에 대한 굴욕적이고 사대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2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면서 우리보다 수입위생조건이 훨씬 까다로운 일본은 검역당국의 홈페이지를 통해 위반업체의 상세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우리 검역당국도 과거에는 검역 불합격업체의 이름이나 작업장 정도는 공개했으나 요즘은 정보 통제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오관철기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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